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공존하는 풍경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길거리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노점에서 쌀국수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 현대적인 고층 빌딩과 전통적인 시장이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풍경 속에도, 베트남 전쟁(1955~1975)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베트남 전쟁은 단순히 베트남만의 역사가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미국과 소련, 중국이 개입한 이념 대립의 전쟁이었으며, 베트남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기도 했다. 이 전쟁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베트남 전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호찌민, 하노이, 중부 베트남(후에, 다낭, 꽝찌 등)의 역사적인 장소들을 소개한다.
호찌민 – 전쟁의 중심이었던 도시
과거 사이공(Saigon)으로 불렸던 호찌민은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의 수도였다. 이곳에서는 베트남 전쟁의 가장 치열했던 순간들을 되짚어볼 수 있는 장소들이 많다.
① 전쟁 박물관 –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다 호찌민 시내에 위치한 전쟁 박물관(War Remnants Museum)은 베트남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미군이 사용했던 전투기, 탱크, 대포가 전시되어 있고, 내부에는 전쟁 당시의 기록 사진과 유물들이 가득하다. 특히, 고엽제(Agent Orange) 피해자들의 사진과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 사례들을 보면 전쟁이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박물관 곳곳에는 미군 폭격으로 파괴된 마을, 고문당하는 베트남 민간인들의 사진, 국제 기자들이 촬영한 전쟁 당시의 기록이 전시되어 있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 위치: 호찌민 시 3군
⏰ 운영시간: 07:30~17:30
🎟 입장료: 약 40,000 VND (약 2,000원)
② 쿠치 터널 – 지하에서 펼쳐진 게릴라전 호찌민 시에서 약 70km 떨어진 곳에는 쿠치 터널(Cu Chi Tunnels)이 있다. 이곳은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이 미군을 상대로 사용한 지하 전투 터널이다. 터널 내부는 좁고 어두우며, 당시 베트콩 병사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들이 재현되어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직접 터널을 기어 다니며 그들의 전술을 체험할 수도 있다. 터널 밖에는 베트콩이 사용했던 함정,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흔적들도 남아 있어, 게릴라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 위치: 호찌민 시에서 북서쪽으로 70km
⏰ 운영시간: 08:00~17:00
🎟 입장료: 약 110,000 VND (약 5,500원)
하노이 – 북베트남의 수도였던 곳
하노이는 전쟁 당시 북베트남(베트남 민주공화국)의 수도였다. 이곳에서는 호찌민과 북베트남 지도부가 전쟁을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① 호아로 감옥 – "하노이 힐튼"의 역사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 혁명가들이 수감되었던 호아로 감옥(Hoa Lo Prison)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포로들이 수감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미군 포로들은 이곳을 조롱의 의미로 "하노이 힐튼(Hanoi Hilton)"이라고 불렀다. 이곳에는 베트남 혁명가들이 프랑스 식민정부에 맞서 싸운 흔적과, 미국 조종사들이 감금되었던 공간이 재현되어 있다. 베트남의 입장에서 전쟁을 어떻게 기록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다.
📍 위치: 하노이 시내 중심부
⏰ 운영시간: 08:00~17:00
🎟 입장료: 약 30,000 VND (약 1,500원)
② 호찌민 묘소 – 베트남의 영웅을 기리다 하노이의 호찌민 묘소(Lăng Chủ tịch Hồ Chí Minh)는 베트남을 통일로 이끈 지도자 호찌민이 안치된 곳이다. 그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사망했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 여전히 존경받는 인물이다. 이곳에서는 호찌민의 미라가 보존되어 있으며,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방문한다.
📍 위치: 하노이 바딘광장
⏰ 운영시간: 07:30~10:30 (월·금 휴무)
🎟 입장료: 무료
중부 베트남 –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
중부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특히 후에와 꽝찌는 미군과 베트콩, 북베트남군이 격전을 벌인 지역이다.
① 후에 황궁 – 테트 공세의 중심지 1968년 테트 공세(Tet Offensive) 당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 바로 후에(Huế)의 황궁이다. 응우옌 왕조(1802~1945)의 수도였던 이곳은 베트남 전쟁 중 미군과 북베트남군 간의 치열한 전투로 일부가 파괴되었다. 황궁 내부에는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베트남 전통 건축과 전쟁의 흔적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 위치: 후에 시내
🎟 입장료: 약 150,000 VND (약 7,500원)
베트남 전쟁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꾼 중요한 사건이었다. 호찌민 시의 전쟁 박물관과 쿠치 터널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게릴라전을, 하노이의 호아로 감옥과 호찌민 묘소에서 북베트남의 시각을, 후에에서 테트 공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을 여행하며 우리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전쟁이 남긴 교훈과 베트남이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해 왔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역사가 일어난 곳을 직접 걸어보는 것이 아닐까?